“같은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안온한 일이었어요.” 세번째 인터뷰- 정목·세은 커플 - 서로를 존중하면서 각자의 세계를 즐겁게, 또 열심히 일구어나가는 커플은 주변과 뭇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일으키지요. 과연 이 부부의 일상은 그들의 요리와 일러스트만큼 섹시하고 유쾌하네요. 모두의 로망인 친구들과의 파티형 작은결혼식과 부모님의 의견을 존중한 웨딩홀예식, 이렇게 두번의 결혼식을 올리셨다는 후문은 집시님이 지향하는 바 ‘현명한 쾌락주의자’답습니다. 일러스트 속 두 주인공이 방금 현실세계로 뛰어나온 듯 훈훈한 비쥬얼을 지니기까지한 러블리한 부부에게서 얻은 결혼에 관한 질문과 현명한 답변들을 소개합니다. Q1. 두 분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요리하는 직장인 김정목, 일러스트레이터 집시라는 예명으로 활동중인 양세은입니다. Q2. 어떻게 만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세은 저는 노트폴리오 아카데미에서 성인 대상의 드로잉 강의를 진행중인데요, 남편이 수강생 이었습니다. 첫날부터 초롱초롱한 눈으로 제 수업을 듣던 남편은, 수업 후에 본격적으로 제게 대시하였지요.(웃음) 정목 수업 전부터 그녀의 그림이 무척 맘에 들었어요. 이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었고 수업을 들으며 아내의 매력에 푸욱 빠졌습니다^^ Zipcy 님의 일러스트 | <닿음> 시리즈 - 연재작 02.Your scent - 그녀 Q3. 소규모 결혼식과 웨딩홀에서의 결혼식, 두번의 결혼식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결정의 이유가 있으셨을까요? 정목 사실 소규모 결혼식만 하는게 목표였어요. 처음 부모님께 이야기 드렸을 때는 꽤 긍정적인 반응이셨는데, 실제로 결혼식 진행이 구체화되기 시작하니 생각이 바뀌시는 것 같더라구요.(특히 저희 부모님이…)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식이라는게 부모님들의 행사이기도 해서 저희 의견만 고집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결정한게 두번의 결혼식이었어요. 괜히 어느 한쪽이 마음상하고 불만족스럽게 진행하지 말고, 서로 만족할 수 있게 결혼식을 두번 해버리자고 했죠. Q4. 아무래도 파티형 결혼식이 더 궁금한데요, 어떤 결혼식이었나요? 무제한 술과 넘치는 바베큐, 여름밤에 어울리는 음악이 있고 자유롭게 앉아서 먹고 마시며 수다 떨 수 있는- 말 그대로 파티같은 결혼식이었습니다. 그리고 ‘결혼식’ 느낌을 내기위해 처음에 약간의 식순을 넣었어요. 주례사 대신 서로에게 편지를 읽어주고, 각자 축사도 한분씩 모셨구요. 특히 장모님이 읽어주시는 축사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데코레이션, 행사 진행, 사회, 축가, 연주, 부케 모든것을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줬기 때문에 더욱 진하게 기억에 남아요. “으아 함께 해냈다”라는 느낌 - 전우애까지 느껴지더라구요:) 인연이 더 짙게 아로새겨지는 경험이었어요. Q5. 유경험자로서 작은 결혼식을 준비하는 분들께 몇가지 팁을 주신다면? 세은 파티 진행은 처음이다보니, 아무래도 미숙한 부분이 많았어요. 기획을 꼼꼼하게 하셔야 당일날 행사를 진행하면서 생기는 시행착오와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어요. 인원 파악, 음식 및 음료 파악, 데코레이션 , 진행 장소와의 커뮤니케이션 등이 매우 중요해요. 그리고 당일날 행사 진행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인을 섭외하는 것도 필요하구요. 어느 한 사람에게 준비가 편중되면 위험하고, 두 분이 서로 일의 배분을 잘 하시는게 중요해요. 저흰 손발이 쿵짝 쿵짝 맞는 편이었지만 분명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거든요. 준비하면서 서로 예민해지기 때문에 쉽게 짜증이 나곤 했는데, 그럴 때 일수록 서로 품을 열어 다독여주고 귀를 열어 위로해주는게 중요했어요. 고집부리기 보다는, 상대방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협화음을 이루는 사전 훈련 같았달까. 그게 잘 되니, 미리 우리의 결혼 생활(합동생활)을 긍정적으로 점쳐볼 수 있었습니다. 정목 작은 결혼식을 왜 하고싶은지, 상상하는 작은 결혼식이 어떤 모습인지 서로 이야기하고 찾아가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꼭 해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중요하지만, 신경 안써도 상관없는게 뭔지도 이야기 해보는걸 추천드립니다. 공간대여, 음식, 인테리어, 초대장, 주차장, 행사진행 등등 준비하려면 정말 끝도 없더라구요. 시간과 예산에 제약이 있으니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힘을 빼는게 좋은 것 같아요. 흔히 말하는 선택과 집중!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를 맡아서 전담하고, 둘다 신경안쓰는 부분은 과감히 축소해버리는게 현명한 선택인 것 같아요. Q6. 두 분이 생각하던 결혼과 결혼 이후의 삶에 대해 나눠주세요. 차이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세은 제가 생각했던 결혼은 막연히 사랑하는 두 사람의 화합이었어요. 결혼하고 보니 화합은 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고, 무수한 투쟁(;)으로 얻을 수 있는 거룩한 것이더라구요. 연애할때 보지 못했던 나 자신과 그의 사소한 습관들, 내면 깊숙히 감추고 있었던 유치함, 본성 등을 마주할때마다 서로 혼란스러워 해요(웃음) 이 부분을 서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조율하는지가 관건이라는 것을 깨닫는 중입니다. 저는 가사일에 무심한 편이고 남편은 꼼꼼한 편이에요. 연애할때는 불편하지 않았지만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남편이 더 많이 불편했을테지요. 참다 참다가 한번 잔소리를 하는 스타일인데 그럴때마다 스스로 얼마나 막 살았는지(?)반성해요ㅎㅎ 결혼후에 진짜 사람으로 거듭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결혼 전에는 서로의 생활 패턴이 각각 따로 있었다면, 결혼 이후에는 그 다름을 합쳐야 하는 난제가 있었어요. 가령, 절대 섞일 수 없는 맛(오렌지 주스와 커피맛 우유 등)을 섞어서 맛있는 음료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 처럼요. 조금씩 서로에게 생활 패턴을 맞추며 조율 하는 것. 그게 처음엔 퍽 성가시고 불편했는데, 적응을 하고 나니 공동생활하는데 있어선 훨씬 효율적이고 편해졌어요.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함께 공유하는 것에 대한 미학을 배우고 있어요. 같은 책장, 같은 음악, 같은 음식,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안온한 일이었어요. 정목 결혼 생활은 상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제 모습이 상상했던 것과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머리속으로는 ‘이렇게 하는 것이 현명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행동이 생각한대로 되지는 않더라구요. 운동하면 좋은 건 알지만 늘 작심삼일이 되는 것 처럼요. 지금도 머리속에는 현자가 살고 있지만, 막상 행동은 철부지 어린아이같아 아내에게 미안할 때가 많아요. Q7. 결혼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나눠주세요. 세은 희생과 배려심과 정서적 고양감이요. 서로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성향도 다르기 때문에 절대 서로의 생각이 같을 수가 없더라구요. 당연한 사실인데도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이 내 맘 같기를 바라는 마음,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가장 위험한 것 같아요. 동음일 수 없다면 서로 한톤 올리고 한 톤 낮추는 과정을 반복하며, 협화음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느 한쪽이 무조건적으로 희생 하는게 아니라, 서로 희생과 배려를 반복하며 원하는 인생을 개척하는 데에 가장 가깝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것. 이렇게 함께 성장하며 정서적 고양감을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목 서로 잘 싸우는 방법을 터득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사실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물리적인 공간과 시간을 갑자기 공유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충돌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생각해보면 부모님과도 많이 싸우고, 내면의 자아끼리도 싸우잖아요. 충돌을 없애거나 피하는 방법은 오히려 한쪽의 희생이 강요되는 경우가 많아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잘 해결할 수 있는 둘만의 방식. 패턴을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8. 두 분이 함께 그리는 꿈이 있으신가요? 요리와 그림을 접목한 컨텐츠를 만들어서, 세계를 유랑하며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체험해보고 싶어요:) 세상에 즐겁고 선한 영향을 끼치는 콤비가 되는 상상을 하며 둘이서 맥주를 들이킬 때, 정말 행복해요. Q9. 독자가 거의 결혼 준비중이신 분들일텐데요, 마지막으로 결혼준비중이신 예비부부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준비할게 참 많고 까다로워서 혼란스러우실 거에요. 짜증이 날때는 상대방에게 바로 전가하기 보다, 한 텀 쉬고 2~30% 라도 휘발시킨 후에 대화를 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모두 처음이라 미숙하거든요!미숙한 사람들끼리 안고 보듬어줘야지요^^긍정의 힘이 많이 필요하더라구요. 이왕이면 즐겁고 행복하게 결혼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_일러스트레이터 집시님의 멋진 일러스트그램 | @zipcy요리하는 회사원 정목님의 판타스틱 요리스타그램 | @jmjungmok일러스트레이터 집시의 블로그 | http://blog.naver.com/yamahyde 인터뷰에 협조해주신 정목&세은 커플에게 감사드립니다:) 메아플은 결혼과 결혼준비에 관한 이야기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연재합니다.인터뷰에 함께해 주시는 분들께는 메아플이 준비한 소정의 선물을 드리고 있습니다. 인터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이메일로 노크해 주세요. info.mayiflow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