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내 옆에 있는 사람> 中 겨울이었고 우리는 여전히 우리만의 방식대로 근사한 저녁을 이어가는 날들이었다. 만나온 날수와 결혼 결심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따금 생각해보곤 한다. 아무 인과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건 돌이켜보면 우리 사이에 ‘만난지 몇날째’라는 건 가끔 앱을 켜서 확인하는 정도의 무게였던 것 같다. 물론 친절한 date 어플리케이션이 100일 단위로 기념일을 알려오기에 귀엽고 소소한 이벤트가 우리 사이에 있었지만, 살면서 어떤 나이나 시즌을 지나고나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방점이 바뀌게 된다는 걸 자명히 알게하는 서로였다. 하루는 그의 책장에 꽂혀있는 '에리히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발견했다. 대학시절 읽었던 책이라 반갑기도 했거니와 수많은 디자인서적들 사이에서 유독 존재감을 드러내던 그 책은 꽤 깊이 읽었는지 가끔 밑줄이 그어져 있기도 했다. “그거 읽어봤어요?”“응, 대학 때 읽었었는데 실은 다시 읽어야할 정도로 기억은 잘 안나요”“거기에 보면 그런 말 있어요. 사랑은 결의이자 행동하는 것이라고.” 내가 무어라 대답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사랑에 관한 정의가 곧게 그것도 문장으로 각인되어 있는 사람이라니.그 말에 어떤 울림이 있었던 것만은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안전한 사람을 만나고 있구나, 내가.’ 신경 안쓴 것 처럼 보였나보다.jpg 사랑을, 또 사람을 확신하는 순간은 커다란 이벤트 보다는 아주 작은 대화 속에 깃들어 있다고 믿기에.그러한 순간의 조각들이 마침내 모여서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해도 좋을 것 같다는 멋진 상상이 도래하게 되는 것이다.모든 것이 반짝이던 우리의 결혼식에서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서약했다. 일비노로소 웨딩 메이아이플라워 혼인서약서 케이스 메이아이플라워 혼인서약서 케이스 내가 당신에게 처음 안심했던 순간을 기억합니다.우리는 언젠가 에리히프롬의 책에 관해 이야기 했었고당신은 이렇게 말했어요. “사랑은 결의이자, 약속이고, 행동하는 것이에요” 함께 여러 계절들을 지내고 당신을 알아가면서당신에게 안심했던 제 생각에 안심하게 되었습니다. 마주할 인생을 저의 연약한 감정으로만 대하지 않을게요.함께 마주하게 되는 모든 일들을 적확하게 바라보면서사랑,결의이자 약속이며 행동하는 것임을 새기며 살아요 우리. 메이아이플라워는 디자이너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웨딩 스테이셔너리&플라워 브랜드 입니다.소규모 결혼식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들을 메아플만의 방식으로 천천히 풀어내고자 합니다. _웨딩 베뉴 | 일비노로소 (IL VINO ROSSO)헤어&메이크업 | 제이마인드 @Jmind12드레스 | 아르하 (ARHA) @arha_official스테이셔너리 | 메이아이플라워 (mayiflower) @5iflower플라워 | for2est 박지영 (@for2est_) X mayiflower포토 | 신상호 (a.k.a. 쟈끄앤틸다)jazz vocal 박세희 (@nina_sehee), bass a.k.a송인섭트리오/Mot(못) 송인섭(@inseop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