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싸인 (by 메이아이플라워) 우리의 주된 일상이 깃들어 있던 해방촌과 소월길, 남산 식물원 일대와 근방의 산책로. 한낮의 적요를 가르며 여느 때와 같이 그곳들을 걷고 있었고 대화는 며칠째 결혼 장소에 관한 것이었다. 웨딩 포토그래퍼로 활동 중인 지인의 포트폴리오에서 언젠가 선상 웨딩 사진을 본 기억이 있던 애인은 한강을 배경으로 한 결혼식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았으나, 간단한 웹서핑을 통해 얻은 정보들은 어쩐지 우리의 마음에 차지 않았다. 크고 작은 파티를 기획하고 만들어내던 회사에서 일을 했던 경험으로 비추어보아, 어떤 행사이든 베뉴(장소)가 행사 전반의 규모와 분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고, 웨딩 베뉴를 정하려면 선행되어야 할 기준들이 필요했다. 다행스럽게도 양가 부모님들께서는 '너희 알아서'라는 가장 중요하고도 애매한(?) 첫 번째 관문의 초석을 놓아주셨고, 우리는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듯이 일반 웨딩홀이 아닌 곳들을 먼저 떠올렸다. 윤곽은 이랬다. 계절은 가을쯤. 50-70명 사이의 작은 규모일 것. 직접 컨트롤 가능한 곳일 것. (지정 연계된 포토나 지정 플라워 업체 등이 없을 것) 과하지 않아도 격식이 있을 것. 이야기가 있는 결혼식일 것. 일비노로소 웨딩 _ 메이아이플라워 겨울이 아직 한창인 1월 끝자락이었고 주말마다 광장에는 촛불이 밝혀지던 계절이었다. 우리는 늘 걷던 남산 자락 부근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두어 해 전 지인의 여동생도 일찍이 작은 규모의 결혼식을 올렸다고 해 한 번쯤 들러보기로 한데다, 항상 근처를 걸으면서도 지나치기만 했던 곳이기에 데이트 겸 저녁식사를 했고, 근사한 기억이 되었으며, 아담한 정원이 비밀스레 펼쳐지는 그곳에서 아홉 달 뒤 우리는 결혼을 했다. 어쩌면 대부분 그럴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을 하고, 결혼을 결심하고, 드디어 막연하게 꿈꾸었던 그 언젠가의 결혼식을 상상 정도 해보는 단계라면.'그날'의 이미지란, 화창한 어떤 계절에 들꽃처럼 자연스런 부케를 들고, 진심으로 사랑을 서약하고,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의 축하를 받으며 맛있는 식사와 음악, 이야기로 들어찬 하루를 보내는 것. 그러나 부모님 세대와의 격차를 마주하는 일, 해가는 것과 해오는 것들, 그야말로 처음 들어보는 갖가지 이름을 단 비용들, '모두가 그래왔다고 하니 나도 그래야 하지 않나' 류의 생각들, 축의금 주고받기 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그리하여 애매한 지인들의 결혼식에 참여하고 또 애매한 지인들을 초대 리스트에 넣어야 할까 등의 고민들. 더구나 허례허식을 피하자고 결심한 결혼식일지라도, 얹혀지는 온갖 비용들 앞에서 예식장이 아닌 곳에서의 드림 웨딩은 접게 되는 커플들이 허다하다. 소규모웨딩이 유행을 하고 있는 요즘까지도. 어디에서 위와 같은 것들이 기인하는 것일까? 우리는 생각했다.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독립적인 사람들인가에 관한 문제와 직결되어 있었고, 쿨할 수 있는 정도와 거의 비례했다.모든 것에 'WHY'를 던지다 보면 '하지 않아도 되는 것'과 '꼭 해야 하는 것'들을 구별할 수 있게 된다. 본질만 남기 때문에.그 위에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구별해서 만들어가면 될 일이었다. 메이아이플라워 덕담 & 성혼선언문 케이스 를 들고 낭독 중이신 아버지 일비노로소 웨딩 _ 메이아이플라워 '남들의 눈'이란 정말 한낱 신기루 같은 것이어서, 지나고 나면 '남들'은 그날을 기억조차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들은 인생에 남지도 않는다. 예단도 예물도 부모님의 재정 지원도 받지 않았다. 어쩌면 각자가 성향과 환경상 굉장히 독립적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무언가를 끊임없이 결정해야 하는 일의 연속인 결혼 준비에서 비교적 외부의 피곤한 말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럼에도 섭섭하지 않도록 양가 부모님의 마음을 신경 써야 하는 것과 그 사이의 조율, 좀 더 예뻐 보이면 좋겠다는 여자로서의 바람, 너무 많고 다양한 정보들을 취합하는 일에 있어 완전히 쿨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지만 최종 판단의 추가 모두 우리에게 있던 결혼식이었음에 결혼식을 예쁘게 마쳤던 그날,저녁을 먹으러 걷던 우리의 꼭 잡은 손과 대화를 기억한다. 서투른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마저 너무 근사했노라고. 정말 수고했고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고. 메이아이플라워는 디자이너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웨딩 스테이셔너리&플라워 브랜드 입니다.소규모 결혼식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들을 메아플만의 방식으로 천천히 풀어내고자 합니다. _웨딩 베뉴 | 일비노로소 (IL VINO ROSSO)헤어&메이크업 | 제이마인드 @Jmind12드레스 | 아르하 (ARHA) @arha_official스테이셔너리 | 메이아이플라워 (mayiflower) @5iflower플라워 | for2est 박지영 (@for2est_) X mayiflower포토 | 신상호 (a.k.a. 쟈끄앤틸다)jazz vocal 박세희 (@nina_sehee), bass a.k.a송인섭트리오/Mot(못) 송인섭(@inseop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