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제주의 하늘 "프로포즈는 받았어?"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고 있는 지인들은 종종 이렇게 물어왔다.프로포즈의 정의가 '당신과 결혼을 하고 싶다' 의 첫 제스처가 맞다면 그는 이미 연애 중 어떤 순간의 전화통화에서 진중하고도 달콤한 말로 조심스레 물어온 적이 있었고, 나는 그날의 공기와 온도를 마음속 '잊지 못하는 날 폴더'에 잘 간직하고 있는 터였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미 프로포즈를 받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뭇사람들의 프로포즈 유무에 대한 질문에 "받았어요, 프로포즈!" 라고 대답하기에는 그 규격과 정의에 있어 어쩌면 미달이었기에 나는 또 다른 면으로는 프로포즈를 (아직) 받지 않은 예비 신부였다. 허나 우리를 정말 가까이에서 아는 사람들은 오히려 묻지 않았다. 우리 두 사람 모두, 하트 모양 촛불 안에 들어가 폭풍 감동을 받으며 "YES" 라고 대답하는 그림을 상상하면 으~ 하고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었으므로. 이런거 넘나 절레절레 아찔하고요 (먼산...) 그런데, 왜 꼭 여자는 프로포즈를 받아야 하는 걸까? 우리의 Big day는 10월 중순. 결혼식까지는 세 달이 채 남지 않은 여름의 한가운데의 어느 주말이었다. 휴가 시즌이 곧 도래할 것이고, 우리의 일도 한 템포 쉬어가는 순간이 필요했다. 그때까지 우리가 해 놓은 것이라고는 예식 장소를 컨텍하고 날짜를 잡아 놓은 것, 눈여겨보았던 디자이너 브랜드의 웨딩링을 함께 보고 온 것. 그것이 전부였다. 꼼꼼하고 발 빠르게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들이라면 적어도 결혼식 6개월 전부터는 각종 혼수 준비와 웨딩스냅&DVD 계약, 드레스와 슈트 업체들을 투어하는 것이 일반적. 모두들 없는 시간을 쪼개어 평일엔 슬쩍슬쩍 손품을 팔고, 주말엔 발품을 팔아가며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섭렵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을 시기인 것. 그러나 우리는 누군가 "결혼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어?"라고 물어오면 "남들 결혼 시켜주느라 저희 결혼은... 이제 진짜 준비해야죠 껄껄"이라고 농담 아닌 농담을 받아치고 있었다. '모든 것을 셀프로!' 대차게 결정했지만 몰아치는 바쁨 때문에 문득문득 우리의 결혼식을 생각하면 겁이 나기도 했다. 휴식이 간절했던 여름. 호텔 체크인 나는 사실 프로포즈에 대한 로망 같은 것이 없는 타입이었으며, 만약 그런 순간이 주어진다면 둘이 함께 조용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나누는 그림을 꿈꾸는 편이었다. 한편 그는 프로포즈에 대한 일말의 부담이 아주 없지는 않았으나, 평소 성격으로 보아 일상을 밀치고 무언가 해내려면 치밀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그에게 그 시간은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웨딩 관련업, 그중에서도 청첩장을 제작하는 일이 주업무인 우리는 시즌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누구나 결혼하기에 최적의 계절로 꼽는 봄과 가을. 하지만 2017년 5월엔 윤달이 껴있어, 봄에 결혼을 하려던 커플들마저 대부분 가을로 결혼 예정일을 옮기는 해였고, 예비 신랑. 신부들은 서둘러 소식을 알리기 위해 한창 청첩장을 주문하는 터에 가장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는 우리였다. 여름휴가 시즌을 넘어서면 역시나 일과 결혼식 준비로 바빠, 그냥 지나쳐 버릴 것이 눈에 보였고 휴가를 빌미로 상대적으로 즉흥적이며 덜 치밀한(?) 내가 우리의 귀여운 날을 만들어 보자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결심의 순간부터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몰래 준비하는 스릴과 기쁨을 즐기기 시작했다. 함께 걸었던, 화순 곶자왈 숲길 했다. 프로포즈. 내가. "우리 너무 달렸으니까 여름휴가시즌에는 우리도 좀 스탑하고 쉬자."정도로 메이아이플라워의 공식적인 휴가 공지를 띄우고, 몰래 제주행 티켓과 렌트카, 호텔 등을 예매했다.그리고 프로포즈에 빠지면 섭섭한 프로포즈링이자 웨딩링도 준비했다. 함께 봐두었던 디자인이 있었으므로 혼자 다시 찾아가 상담과 오더를 마쳤다.친절한 상담 실장님은 신부님이 먼저 프로포즈 하신다니, 너무 멋져요! 라고 칭찬도 해주셨다.* JIGUM Jewelry @jigum_jewels 메아플이 추구하는 감성의 결과 정서를 지닌 쥬얼리 브랜드. JIGUM Jewelry (출처 : instagram @jigum_jewels) 너무 많이 공들이지는 말고, 편히 쉬고 깊은 얘기를 나누고 와야지. 정도로 생각한 터에 정말 모든 것을 급히 결정했으나 다행히도, 먼 제주에 살며 마음으론 가까운 지인들이 기꺼이 곁을 내어주기도 했고, 우리의 대소사를 잘 아는 지인들에게 몰래몰래 부탁했던 축하 영상이 카톡으로 속속들이 도착했다. 제주 서쪽 끝 차귀도 선착장 앞. 둘의 감성이 넉넉히 베어든 카페 다금바리스타를 운영하고 있는 순영언니네 커플은 재밌겠다!! 라며 나보다 더 신나게 준비를 해주었고, 영업이 끝나갈 시간 즈음 따로 카페 공간을 내어주며 이렇게나 멋진 대접을 해주었다. 혹시 몰라 준비했다며 직접 구운 브라우니와 사진으론 못 남겼지만 여름 과일이 듬뿍 담긴 상그리아도 두 배 용량으로 ㅠㅠ (순영언니&경훈오빠 너무 고마와요ㅠㅠ) * 제주 차귀도 앞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카페 다금바리스타 @dagumbaristar @제주 다금바리스타 / 직접 구운 브라우니, 까눌레 카페 다금바리스타 달달한 부부와 함께 :) 어찌 보면 특별할 것은 없었다. 실은 중간에 대대적으로 들키는 위기도 있었지만, 그게 큰일은 아니었다.담담하게 써 내려간 편지를 건네고 깊은 대화들을 나누었다. 결혼이라는 것의 실감, 서로에 대한 고마움,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나누지 못했던 각자의 더 깊은 생각들을 들으며 우리는 더 돈독해졌다. 결혼을 앞둔 남자라면 부담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는 프로포즈의 관문. 그는 한편으로 여자인 내가 프러포즈를 선점(?)하게 된 것에 미안함 비슷한 것이 있다고 솔직히 말했지만, 금세 그건 쓸 데 없는 감정이라고 함께 결론 내렸다. 그가 미안해하고 나는 서운해해야 할 이유는 그 자리에 없었다. 주어진 보통의 날들에 그것을 상쇄할만한 배려와 다정함이 서로를 지탱해 준다면 될 일.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고, 사랑을 하기 때문에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일 테니까. 프로포즈를 마냥 기다리거나,프로포즈를 준비해야하는 너무 큰 부담이 있다면, 그 생각의 뿌리에 어떤 것이 있는지 돌이켜 보는 일은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특히나 결혼을 앞에 두었다면. 성별이 구분 짓는 고정관념은 결혼 이후에도 함께 고민해야 할 주제이기 때문에.새댁이 되고, 명절 연휴의 마지막 날 돌이켜보는 프로포즈의 추억은 지금 생각해도 잘했단 생각이 든다.여자인 내가 준비하고 함께 즐긴, 우리의 프로포즈. 메이아이플라워는 디자이너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웨딩 스테이셔너리&플라워 브랜드 입니다.소규모 결혼식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들을 메아플만의 방식으로 천천히 풀어내고자 합니다. _웨딩 베뉴 | 일비노로소 (IL VINO ROSSO)헤어&메이크업 | 제이마인드 @Jmind12드레스 | 아르하 (ARHA) @arha_official스테이셔너리 | 메이아이플라워 (mayiflower) @5iflower플라워 | for2est 박지영 (@for2est_) X mayiflower포토 | 신상호 (a.k.a. 쟈끄앤틸다)jazz vocal 박세희 (@nina_sehee), bass a.k.a송인섭트리오/Mot(못) 송인섭(@inseop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