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épondez s'il vous plait 메이아이플라워가 아직 세상에 없던 시절. 나는 컨셉츄얼 파티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싸이월드를 거쳐온 사람들이 페이스북이라는 신선한 물결을 한창 뜨겁게 달구던 시기. 당시 SNS는 지금보다 훨씬 광고로부터 청정했고, 그래서 우리 회사는 온라인으로 연결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유니크하고 재미있는 주제들로 크고 작은 소셜라이징 파티들을 만들어내곤했다. 인하우스 디자이너 시절, 함께 만들어냈던 재미난 파티들 헌데 행사를 여는 매번 우리의 고민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참석여부 회신의 문제. 규모가 큰 행사도 예외는 아니지만, 특히나 50-100명 내외의 소규모 행사에서는 파티를 이루는 주요 컨텐츠와 음식, 주류 등이 예산 내에서 규모에 맞게 준비되므로 파티에 참여하는 인원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음식이든 술이든 부족함보다야 넘치는게 정이라고는 한들 엄밀히 말하면 '돈'이 결부되어 있기 때문. 그래서 파티의 참석여부를 묻는 RSVP에 응답하는 일은 주최자의 입장에서 당연하며, 초대를 받는 입장에서도 꼭 지켜주어야 할 에티켓이다.*RSVP는 불어로 Répondez s'il vous plait.(= Reply, please)의 약자 입니다. 메이아이플라워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던 브라이덜샤워 파티 그러나 파티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사람들은 파티 주최자의 상황을 고려하는데에 아직은 미숙한 것이 사실인 듯 보인다. 당시에도 티켓구매형 행사를 제외하고는 1.회신이 아예 없거나 2.참석의사 없이 불쑥 참석하는 일 (혹은 동행의 급작스런 참석) 3.참석 의사를 밝혔으나 참석하지 않는 일 등 RSVP 요청을 보낸 것이 무색해지는 결과가 초래된 적도 있다. 자, 그렇다면 결혼식에서는? 스몰웨딩을 준비하고 계시는 분이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선 폭풍공감 한차례 하고 계실 것 같다는 슬픈 예감은 아무래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네...저희도 그랬어요... 일반 예식장 결혼식이었다면 물론 한 분이라도 더 모시는 것이 아무래도 좋았을 것이다.만만치 않은 예식 비용은 사실 결혼식 당일 축의금에서 어느 정도 해결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몇 편의 글에서 밝힌 바 있듯, 우리가 추구하는 D-day의 그림은 의미와 이야기가 잘 드러날 수 있는 작은 결혼식이었다. 한정된 공간, 한정된 음식, 한정된 하객 수용규모. 호기롭게 '그래 너희들 원하는대로' 라고 말씀하셨던 부모님도 막상 실제로 본인이 초대할 수 있는 인원이 한정되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는 먀낭 쿨하실 수는 없으셨다. 특히 오래전 사업을 하셨던데다, 사람을 좋아해 지금도 모임이 많은 아빠에게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놈의 '스몰'웨딩은 윤곽이 잘 그려지지 않는 일이었기에. 고생해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큰 잔치의 혼주로서, 본인 세대의 경험 카테고리를 벗어난 일로 초대되는 일은 어쩌면 그리 달갑지는 않으셨을 것이다.우리에게도 지난한 설득의 과정이 있었다. 스몰웨딩의 취지에 대해. 공장형 결혼식의 피로감에 대해. 그리고 무엇보다 '저희 손으로 일궈보고 싶어요' 라는 굵직한 메세지로. 결국 스몰웨딩 유경험자의 신분이 된 아버지, 당일에 엄청 좋아하셨다는 후문 / 메이아이플라워 스몰웨딩 초대의 경계한정된 하객 규모라는 문제에 있어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과 별개로 맞이하게 되는 또 다른 관문은 초대 리스트이다.결혼을 기점으로 인간관계가 정리된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누구를 부르고 부르지 않는 일, 초대되고 초대받지 못하는 일은 섭섭함을 불러일으키는 일과 결부되어 있기에, 당차게 스몰웨딩을 외치던 내게도 초대 리스트를 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더구나 우리의 결혼식이 이루어질 공간은 전문 예식공간이 아닌 레스토랑이었고 웨딩 코스요리로만 예약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어, 예식 당일의 오차 가능범위가 ±5명 정도로 타이트 했다. RSVP 회신을 받는 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상황.청첩장을 만드는 일이 주업인 우리에게 이러한 경험은 정말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켰다. 정말 닥쳐야만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일들이니까.우리는 아버지와의 적절한 의견 조율로 본식이 있기 한주 전에 결혼식에 모시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별도의 식사대접겸 피로연을 진행하기로 했다.하여, 친지와 부모님의 손님들께 보낼 메세지와 신랑, 신부의 지인들에게 보낼 인바이트 메세지를 아래와 같이 별도로 준비했다. RSVP 회신을 요청하고 받기 부모님 지인부들 별도 피로연 초대장의 인삿말(모바일) 부모님용1. 아들/딸의 결혼식에 참석해 달라는 청첩장 / invitation card & mobile invitation2. 본식에 초대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피로연 초대장 / on mobile invitation 신랑신부 지인1. 결혼식에 참석해 달라는 청첩장 / invitation card2. 참석 여부를 묻는 RSVP 링크 / on mobile invitation 실제로 정확한 배석을 지정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초대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생각 외로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많았다. 사전적 정의는 같지만 미묘하게 '파티'의 개념보다 '잔치'의 개념이 큰 우리나라의 문화적 배경 때문. 사정과 웨딩트랜드를 속속들이 아는 가까운 또래 친구들이야 우리의 입장도 잘 이해해 주었지만, 행여라도 초대받는 분들께서 참석여부 회신에 관해 어색해하시거나 언짢아하시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한순간도 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참석인원 파악을 위한 RSVP 메세지 '참석여부 답변을 주세요' 정도의 간단한 코멘트 만으로는 정중함을 싣기 어려울까 싶어, 우리는 RSVP 메세지는 고민을 거듭하여 작성했고, 모바일 회신이 가능하도록 신랑신부의 지인들에게는 별도의 링크를 함께 전달했다. (글 하단에 실제 링크를 첨부했습니다.)결과적으로 회신율은 80%정도였던 것 같다.아무래도 부모님과 부모님의 지인분들은 회신문화에는 익숙치 않으셨던 것. 혼주인 부모님께서 모바일 청첩장을 전달하시면서도 회신을 바란다는 코멘트하기를 어려워하시는 편이셨다. 그래도 사전 식사대접을 진행하기로 한 부분이 예식 당일의 혼선을 막았다.신랑, 신부의 지인들은 회신율이 높았다. 대부분 꼼꼼하게 참석여부, 동행인 여부, 축하 메세지까지 작성해 주었고 깨알같이 읽는 재미도 있었다. 축하 메세지를 적어주는 하객들 / 메이아이플라워 스몰웨딩 영상까지 꼼꼼하게 기록해준 영화인 주형&주윤 자매 / 메이아이플라워 스몰웨딩 small but big day 대성공!! / 메이아이플라워 스몰웨딩 응원해요.웨딩을 준비하면서 크고 작은 산들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물 흐르듯이. 모든 것을 수월하게. 아무 고민과 큰 결정장애 없이 그날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부모님과의 의견 조율, 초대리스트 앞에서 고민하게 되는 지나간 관계들, 로망과 예산의 갭, 생각치 못한 많은 변수들. 하물며 스몰웨딩은 더하고, 디렉팅 업체 없는 리얼 셀프웨딩이었던 우리의 결혼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결정 대잔치였다.그럼에도 작은 결혼식에 관해 꿈꾸었으나 이 수많은 산들을 앞에 두고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분들께 조심스레 권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우리 각자는 모두가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모양의 결혼식이든 주체적일 수 있다면 멋진 결혼식이 될 것이라는 점.그리고 스몰웨딩을 선택한 입장에서 이 글을 읽는 분들이 계시다면, 둘이 함께 처음 맞딱들이는 이 산들은 생각보다 오르고 나면 성취감이 히말라야 등반급이라는 점이다. 결혼 후 맞이하는 매일의 일상에서 문득 서로를 바라볼 때, 무언가 함께 일구어본 경험으로 인해 톡톡히 쌓여있는 둘 사이의 신뢰는 생각보다 아주 큰 거름이 된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그러니, 결혼 준비중이신 분들 모두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응원해요 :) ◆ 실제 사용되었던 지인용 RSVP를 첨부합니다. 링크가 아직 살아있어요 :) 혹시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중에 이 글을 읽게 되셨다면, 참고하셔서 여러분들의 언어로 시도해 보셔도 좋지 싶어서 남겨놓아요. 소희&영남 WEDDING RSVP 메이아이플라워는 디자이너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웨딩 스테이셔너리&플라워 브랜드 입니다.소규모 결혼식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들을 메아플만의 방식으로 천천히 풀어내고자 합니다. _웨딩 베뉴 | 일비노로소 (IL VINO ROSSO)헤어&메이크업 | 제이마인드 @Jmind12드레스 | 아르하 (ARHA) @arha_official스테이셔너리 | 메이아이플라워 (mayiflower) @5iflower플라워 | for2est 박지영 (@for2est_) X mayiflower포토 | 신상호 (a.k.a. 쟈끄앤틸다)jazz vocal 박세희 (@nina_sehee), bass a.k.a송인섭트리오/Mot(못) 송인섭(@inseopsong)